워터마킹이란 원래 종이를 만들 때 빛을 비추거나 특정 각도로 볼 때만 나타나는 숨은 그림을 삽입하여 문서의 위변조를 막을 수 있게 하는 기술로, 흔히 보는 지폐에 들어가는 숨은그림도 워터마킹의 일종입니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함께, 유사한 개념을 컴퓨터 상의 정보에도 도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보에 사람이 인식할 수 없거나 실제 사용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추가적인 메시지를 삽입하고, 정해진 절차를 통해서만 알아볼 수 있게 만든 것이며 이를 “디지털 워터마킹(Digital Watermarking)” 기술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디지털 정보에 각인되는 워터마크라고 하면 보도사진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작권 정보 각인이나 공문서의 배경에 나타나는 흐릿한 로고처럼 눈에 보이는 것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삽입되는 워터마킹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워터마크, 즉 “가시적 워터마킹” 이라고 부릅니다. 최신 디지털 워터마킹 기술은 가시적 워터마크뿐 아니라 사람이 워터마크 삽입 사실을 알기 어려운 “비가시적 워터마킹”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비가시적 워터마킹은 사람의 인지영역 밖에서 정보를 삽입한다는 강점이 있어, 최근 디지털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기술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추적할 수 있는 실시간 워터마킹 - 포렌식 워터마킹
과거에는 워터마크를 한 번 삽입하면 누구나 같은 워터마크를 보게 되었기 때문에, 콘텐츠의 저작권이 침해되어 불법적으로 유통되더라도 원래 저작권자를 식별하는 정도로만 이용될 뿐, 실질적인 보안 기능을 제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한 “포렌식 워터마킹(Forensic Watermarking)” 개념은 워터마킹의 보안 능력을 근본적으로 전환해 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렌식 워터마킹이란, 같은 콘텐츠라도 이용자의 신원이나 이용 경로에 따라 저마다 다른 워터마크를 실시간으로 삽입하여 제공하는 새로운 방식의 디지털 워터마킹입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내용의 워터마크가 삽입되었는지를 읽어냄으로서 특정 콘텐츠를 구매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역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서, 같은 날 같은 영화를 구입한 사람의 숫자를 영화 영상에 포렌식 워터마크로 각인하는 경우, 사용자가 재생한 영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신호를 읽어내, 이 사람이 몇 번째 구매자인지 알 수 있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런 워터마킹 정보는 수학적인 공식에 의해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콘텐츠에 덧씌워지고, 워터마킹 제조사 또는 서비스 공급자만 알 수 있는 형태로 암호화되어 삽입됩니다. 따라서 이용자가 콘텐츠를 감상하는 데 어떠한 불편함이 없고,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 또한 매우 낮습니다.
할리우드가 요구하는 포렌식 워터마킹
포렌식 워터마킹은 이 같은 역추적 기능을 이용해서 콘텐츠의 불법 유통을 방지하는 강력한 보안 기술이 됩니다. 콘텐츠가 불법 유통되기 위해서는 최초에 누군가가 정상 구매한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유포해야 합니다. 그런데, 콘텐츠가 판매될 때 구매자의 아이디나 IP 주소와 같은 정보를 콘텐츠에 각인하여 제공한다면, 불법 유통되는 콘텐츠에서 워터마크를 추출하는 것만으로 최초 유출자가 누구인지 바로 식별할 수 있습니다. 식별된 유출자의 정보를 이용해 콘텐츠 공급자는 불법 이용자의 계정을 정지시켜 추가적인 유출을 막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고, 정보가 객관적으로 검증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경우, 이를 바탕으로 저작권 유출 당사자에 대한 민, 형사상 구제조치를 진행할 때 증거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최근 이 같은 콘텐츠 보안 조치는 헐리우드 영화 산업계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헐리우드 영화사들을 비롯한 각국의 콘텐츠 제작사들은 이미 포렌식 워터마킹 기술을 도입 하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사들은 불법 유통자들이 영상을 잘라내거나 후가공하는 방식으로 워터마크를 벗겨낼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워터마크에 소정의 “강인성(Robustness)”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자체적인 테스트를 고안하여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불법 콘텐츠 시장의 성장
불법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면, 콘텐츠를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고 즐긴다는 인식 자체가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사 볼 사람이 안 산다는 수준을 넘어서, 처음부터 콘텐츠를 유료 상품으로 인식하지 않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키고, 콘텐츠 시장의 기초체력을 급격하게 약화시키게 됩니다. 업계가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적 투자를 망설이고, 정부가 손쉬운 차단 조치에 급급해 유출 행위자의 식별과 단속에 손을 놓는다면, 콘텐츠 시장은 뿌리부터 무너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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